사과 씨앗 속 위험한 물질, 아미그달린
사과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상큼한 후식용으로도 즐겨 먹는 국민 과일입니다. 그런데 사과 한가운데에 여러 개 들어있는 사과 씨앗은 독이 있으니 먹지 말라는 말, 흔히 들어봤을 것입니다. 커다란 사과를 조각내 먹으면 보통 씨 부분을 도려내니까 문제가 없지만, 사과 하나를 베어 먹을 때나 작은 크기의 사과를 먹을 때는 씨앗을 과육과 같이 씹어버리기 쉽습니다. 이럴 때 '사과 씨에 독이 들어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얼른 뱉어낸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과 씨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식물성 화합물이 들어있습니다. 아미그달린은 비타민 B17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암세포를 억제한다고 하여 항암 치료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미그달린이 몸속으로 들어가서 소화기관을 거치면 시안화수소(HCN)로 분해됩니다. 이 시안화수소라는 화학물질은 독성이 매우 강하여 단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치사량을 초과하여 섭취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청산가리라고 불리는 시안화칼륨 또한 몸속에서 시안화수소로 분해되어 같은 작용을 합니다.
아미그달린은 사과뿐만 아니라 살구, 체리, 배, 복숭아 씨앗에도 마찬가지로 들어 있습니다. 매실, 은행, 죽순, 아마씨에도 있고요. 또한 야생 아몬드에는 아미그달린이 너무 많아서 식용이 불가하지만,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재배종 아몬드에는 아미그달린이 거의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아미그달린 특유의 쓴맛도 나지 않고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시안화수소의 독성
그렇다면 시안화수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로운 걸까요? 조금 어려운 용어가 있긴 하지만 내용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시안화물은 '세포 질식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몸 속 세포가 호흡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세포가 호흡을 한다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쉽게 말해서 세포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 과정을 일컬어 세포 호흡이라고 합니다. 시안화물은 세포의 에너지 생성을 막는 것입니다.
시안화수소가 위 점막을 통해 혈관으로 흡수되면 시안화이온(CN-)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시안화이온은 세포가 산소를 흡수할 때 꼭 필요한 시토크롬 산화효소(cytochrome oxidase) 속 철 이온(Fe3+)과 결합하여 효소의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따라서 세포는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세포는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산소가 없으면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고, 따라서 인체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과 씨앗 먹으면 죽는다?
하지만 사과씨를 삼켰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안화수소의 치사량은 시안화수소를 섭취하는 경우 체중 1kg당 0.5~3.5mg 정도로, 60kg 성인이라면 30~210mg 정도입니다. 반면 사과 씨앗에서는, 종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g당 약 0.06~0.24mg의 시안화수소가 분해되어 나옵니다.
60kg 성인이 최저 치사량만큼만 먹으려고 해도 씨앗만 약 125g 이상을 먹어야 합니다. 씨앗 하나에 0.1g이라고 가정하면, 씨앗 1250개를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과 하나에 씨앗이 다섯 개 들어있다고 가정하면, 사과 250개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물론 모든 사과 씨앗이 인체에 완벽하게 흡수되어 시안화이온이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과 씨앗을 먹고 사망에 이르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실수로 한두 개 먹었다고 병원에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체구가 작은 어린아이들이나 반려동물, 독극물에 예민한 노약자 등은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성인의 1/5~1/10 정도의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실수로 섭취하기는 어려운 양이지만, 사과를 줄 때는 아이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반드시 씨를 빼고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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